일점일획묵상/ "외치다"(크라조κράζω)에 관한 묵상(로마서 8:15)
로마서 8:15절은
여러분은 또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으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κράζομεν· αββα ὁ πατήρ.(크라조멘 아빠 호 파테르)
1."그 영으로"는, "그 영 안에서" 혹은 "그 영의 도우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령이 하시는 일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성령의 역할은 그 다음 절인 16절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그 때에 그 성령이 우리의 영과 함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언하십니다.
성령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갖게 하신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사도행전에는 나오지 않고, 바울 서신에만 나오는(롬 8:15와 갈 4:6) "성령이 하시는 일"이다.
2.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는 헬라어로 살필 필요가 있다. κράζομεν· αββα ὁ πατήρ.(크라조멘 아빠 호 파테르)이다. 이 문장은 두 가지 설명할 것이 있다.
2.1 먼저 "아빠"의 문제이다. 이 "아빠"는 아람어 אבא(아바)에 대한 헬라어 음역이지 한글의 "아빠"가 아니다. 그런데 요하킴 예레미아스가 아람어 아바에는 영어 daddy처럼 어린아이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말이라고 해석했고 그 이후로 우리는 아람어 아바를 한글의 "아빠"로 자연스레 이해해 왔다. 놀랍게 아람어 아바에 대한 헬라어 음역과 한글의 아빠는 발음이 완전히 똑같으니, 위 구절에서 "아빠"를 보면서 한글의 아빠로 이해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문제는 요즘에는 예레미아스의 "아빠" 가설이 배척된다는 것이다. 아람어 아바는 "아빠"가 아니라 그저 "아버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αββα ὁ πατήρ(아빠 호 파테르)는 "아버지(아람어) 아버지(헬라어)"의 양식인 것이다. 예수님께서 실제 하나님을 부른 호칭은 아람어 아바אבא였고, 이것을 헬라어로 음역한 것이 아빠αββα이며 여기에 대한 헬라어 의미 설명이 호 파테르ὁ πατήρ인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특별히 "아빠"로 부르게 하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 부르게 하신다. (αββα ὁ πατήρ라는 양식은 예수님께서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하나님을 부른 방식이다(막 14:36). 죽음의 순간에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부른 방식을 신도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초대교회의 전승이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아바라는 아람어와 호 파테르라는 헬라어를 동시에 사용하여 부르셨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아바라고 부르셨을 것이고, 아람어를 모르는 헬라어 사용자들을 위해 호 파테르라는 헬라어 번역이 거기 붙어 아바 호 파테르αββα ὁ πατήρ가 되었을 것이다.)
2.2 다음은 "부릅니다"에 해당하는 크라조κράζω에 대한 설명이다. 크라조를 "부릅니다"로
번역한 것은 크라조가 갖는 뉘앙스를 전혀 살리지 못하였다. 크라조에서 온 영어가 cry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여 "아버지!"라고 cry out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냥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릅니다"고 하면 "부릅니다"에 담긴 감정 열정 용기를 전혀 전달하지 못하고, 무슨 신학적 설명처럼 들린다. 우리 안에 계신 성령이 우리에게 "하나님은 아버지"라는 논리적 설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그리하셨던 것 처럼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열정과 용기를 주신다는 말이다. 논리적인 설명을 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살도록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신다는 말입니다. 그 성령이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이 부분은 "부릅니다"가 아니라 "외칩니다"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
크라조에가 사용된 용례는 다음과 같다.
•소란(막 15:13 군중들이 예수를 못박으라 소리칠 때, 행 19:32 소란)
•고통 속 도움을 애원(마 15:22 귀신들린 딸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가나안 여인)(막 10:47, 48 바디메오가 도움을 청할 때)
•공포(마 14:26,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오실 때 제자들이 "유령이다!" 외친 모습)
•절규(막 15:34, 십자가의 예수님.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 나이까!)
소란, 공포, 애원, 절규.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고백의 찬양을 표현하는 외침으로 크라조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이사야 6:3 그리고 그들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화답하였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의 영광이 가득하다." 4 우렁차게 부르는 이 노랫소리에 문지방의 터가 흔들리고, 성전에는 연기가 가득 찼다.
마 21:15 그러나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께서 하신 여러 가지 놀라운 일과, 또 성전 뜰에서 "다윗의 자손에게 호산나!" 하고 외치는 아이들을 보고, 화가 나서
막 11:그리고 앞에 서서 가는 사람들과 뒤따르는 사람들이 외쳤다. "호산나!"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로마서 8:15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여 "아버지!"라고 크라조 하게 된다고 했을 때, 그 외침은 소란, 공포, 애원, 절규의 외침이 아니라, 이와 같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고백의 찬양인 것이다. 로마서 8:15에서 사용된 크라조는 "뜨거운 가슴에서 나오는 고백과 찬양의 소리"이다. 뜨거운 가슴으로부터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하는 사람, 그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바울 사도가 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고백이 가능한가?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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